영화를 뺏겼다.
그것도 가장 좋아했던,
누군가가 인생영화, 혹은 가장 좋아하는 영화 하나를 뽑으라고 한다면
그나마 대답으로 했던 영화를 뺏겼다.
난 이제 그 영화를 보지 못할것이고
누군가 이제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뭐냐고 물으면
어쩌면 나는 자조적으로
없어요, 근데 가장 싫어하는 영화는 있어요.
라고 대답할지도 모른다.
다 날 떠나고 다 뺏겨도 영화는 항상 곁에 있었는데
영화마저 뺏겼다.
화가 났다. 너무 화가 나서 정말 견딜수가 없었다.
그리고는 씁쓸해졌고 그리고는 슬퍼졌고 그리고는 어느정도는 받아들인것 같다.
정말 살다살다 영화마저 뺏기는 일이 있을줄은 몰랐다.
너무 흔한 질문이기는 하지만
인생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라는 생각이 요즘 계속 든다.
정말 지독하게 꼬여버리고
나는 나도 모르는 사이에 너무 많은 사람들의 혐오를 받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단순히 싫어하는 것이 아니라
혐오스럽고 역겹고 소름돋는 그런 사람이 되어버렸다.
난 이 상황이 감당이 안된다.
그 수많은 사람들의 혐오가 감당이 안된다.
심지어 난 가해자다.
워낙 남한테 민폐끼치고 상처주는걸 싫어해서 자기검열도 꽤 하고
꽤나 조심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서인지 100%는 아니더라도 그래도 무슨 일이 있으면
피해자의 입장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했는데
이번엔 나도 모르는 새에 가해자가 되어있었다.
견딜수가 없다.
자기 혐오가 이렇게 심해질수 있는지는 몰랐다.
계속 드는 생각은 토할것 같아, 혹은 토하고 싶어.
내 자신과 이 상황 자체가 역겹다.
사람도 더 이상 못 믿겠다. 끔찍하다.
이 사람은 알까? 안다면 어디까지 알까? 라는 생각이 자꾸 든다.
항상 내 머릿속이 꽤나 도라이스럽다고 생각하면서 살아오긴 했지만
정말 진짜 머릿속이 미쳤구나 라고 인식하고 깨달은건 이번이 처음이다.
머릿속에 지멋대로 떠오르는 생각들과 이미지들이 정말 전혀 통제가 안된다.
다른 사람들은 안그런가보다.
나는 겉과 속 모두 더러운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한테는 항상 소화시킬 시간이 필요한데
이번엔 그냥 떠오르는 생각마다 온갖 비난과 화를 받으니까
그냥 어느정도 노이로제에 걸린것 같다.
안좋은 습관이 생겼다.
다 잃어버린것 같다.
심지어 인권과 존엄성도 다 잃었다.
생각의 자유도 나에게는 없다.
나에겐 아무 권리도 없는것 같다.
나에게 뭐가 남아있는지 모르겠다.
졸업장? 지금 상태를 보면 졸업은 과연 할수 있을까? 싶다.
그리고 졸업장 한장이 뭐가 그리 의미있는지도 모르겠다.
외국까지 나가서 고작 석사하나 하고 돌아왔는데 그게 뭐가?
내가 딱히 인생에 큰 욕심을 가지고 살아왔다고 생각은 하지 않는다.
그냥 나름 먹고살만한 정도로 돈을 벌고
좋아하는 것들로 사는곳을 채우고
운이 좋으면 내가 좋아하고 나를 좋아하는 사람과 결혼하고
그냥 소소하게 살아가고 싶었다.
그냥 어릴때부터 너무 사람이 불안정해서 그냥 안정적이고 싶었다.
내가 그동안 해왔던 모든건 결국 그냥 좀 평온하고 잔잔하고 싶어서였다.
그래서 문학책을 읽고 음악을 듣고
도서관에 있다가도 영화관으로 뛰쳐가서 영화를 보곤 했다.
주목받는것도 끔찍하게 싫어해서 발표하는것도 너무 싫고 공포스러웠다.
그냥 적당히 있는듯 없는듯 있는게 제일 좋다.
근데 왜 항상 이상하게 오해받고 의심받고 원하지 않는 주목을 받게 되는건지 모르겠다.
어릴때부터 가장 무서운것은 죽는것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살면서 처음으로 자살에 대해서 조금은 진지하게 생각을 해봤다.
어떻게 죽어야 가장 덜 아플까? 고민을 해봤다.
강물에 뛰어들어야 하나 약을 한꺼번에 다 먹어야 하나 칼로 내 자신을 찔러야 하나 고민도 해봤다.
건물 옥상에서 떨어져야하나 싶어서 옥상에서 내려다보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서 아파트 옥상에 가려다가 알람이 미친듯이 울려서 놀라서 도망갔다.
자살도 무서워서 아프리카 배낭여행이라도 가야하나 생각도 해봤다.
중2병이 이 나이먹고 도진것도 아니고 정말 아주 혼자 쌩쇼하고 있다 싶다.
나는 분명 너무 상처를 받았다.
근데 아무도 나한테 미안한 사람은 없다.
모두 나를 혐오하고 역겨워한다.
내가 사람들에게 너무 많이 상처를 줬다.
특히나 상처주면 안될 사람에게 너무 많이 줬다.
나도 내 자신이 혐오스럽다.
결국엔 원래 이렇게 되어야했던 것이기때문에 이렇게 되었구나
싶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씁쓸한건 어쩔수가 없다.
항상 그렇듯이 나는 또 혼자 남았다.
나에게 미래는 과연 있을까?
그런 생각을 하면서 사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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