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본 영화

Star Wars: The Last Jedi (2017, Rian Johnson)


2017. 12. 15 

용산 CGV IMAX 3D 관람



뭐 나름의 허세인지도 모르겠지만

난 왓챠에서 영화 별점 5점을 잘 주지 않는다.

뭔가 5점은 정말 특별한 영화들에만 줘야하는게 아닐까 싶어서

좋은 영화들도 웬만하면 5점은 주지 않는다.


영화 보고 나와서 한창 여운때문에 좋을때

5점을 줬다가 나중에 다시 생각해보니 5점은 뭔가 아닌것 같다고

생각한때가 너무 많아서 뭔가 5점은 나중에 봐도

정말 한치의 후회도 없을 영화에게만 줘야한다고 생각이 든다.


그래서 내 왓챠에는 4.5가 넘쳐난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4.5점과 5점 차이는 단순히 0.5점 차이가 아니니까

뭔가 보고나와서 좋았어도 굉장히 고민하다가

거의 대부분 4.5를 주고는 한다.



뭐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 영화는 나에게 5점짜리이다.

정말 아주 오랜만에 왓챠에서 5점을 줬다.

마지막 5점이 올해 2,3월쯤에 본 펠리니의 <La Strada>였는데....ㅋㅋㅋㅋ

보통 영화보고 나와서 왓챠로 기록할때에

다른사람들 별점이나 평을 읽으면서 최초로 생각했던 별점이

좀 흔들리거나 바뀌거나 그럴때도 꽤 있는데

이 영화는 정말 다른 사람들 평이나 별점도 별로 보지 않고 별점을 줬다


정말 딱 내러티브의 흐름, 기승전결, 개연성 등의 측면에서 보자면

완전 별로고 실망이라고 생각할수도 있다.

나도 중반?까지는 보면서 음.....별로인데......음........이러면서 봤으니까.

정말 레아 공주가 다시 우주선으로 날아오는? 장면은 진짜 보면서 완전 당황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신이야 뭐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하지만 이 영화는 자기가 무엇을 해야하는지를 정확히 알고

이 영화에서 정확히 그걸 해내었다.

내러티브의 흐름은 결국 8편에서 이끌어내야하는 결과들을 위한

과정, 도구일뿐이다.

그렇기때문에 난 5점을 줄수밖에 없었다.


이 영화의 목적은 너무 거창하게 들릴수도 있겠지만

'신화의 자기 파괴' 정도가 될것 같다.


좀 다르게 표현하면

너무 많이 쓰인 클리셰라서 별로 안 좋아하지만

모든곳에서 항상 쓰이는 아버지 살해 혹은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다루면서

'아버지 살해의 불가피성'에 대해 다루었다고 생각한다.

이것도 너무 거창하다.......;;

영화 속 내러티브도 그런 부분을 다루고, 영화 자체도 그런 태도를 취하고 있고.

뭐 그러면에선 일종의 메타 영화인가 싶기도 하다.....@.@



유명한 이야기지만 스타워즈는 미국인들에게

'건국신화'라고 불릴만큼의 의미를 지닌다.

말그대로 '신화'의 위치를 가진다.

4,5,6 그리고 1,2,3 모두 

그 신화를 만들고 견고하게 하는데에

집중을 해왔다.

보통 모든 영화들의 시퀄과 프리퀄이 그러한 형식을 띄고 있고 

스타워즈도 예외는 아니었다.


더불어서 스타워즈는 기반부터 완벽하게 엘리트주의적인 세계관을 갖고 있다.

제다이 집단 자체도 엄청나게 엘리트주의적이고,

영화 몇편을 거치면서 계속 듣게 되는 '스카이워커 가문' 언급 등

엘리트주의, 영웅주의로 똘똘 뭉쳐져 있는 세계다.



그렇다면 새로운 시퀄인 7,8,9에서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할까? 라는 질문을 

가지고 많은 사람들이 작업을 했을것이다.

너무 오랜 세월이 지나고 나서야 시퀄이 나오면서

세대 교체는 불가피한것이 되어버렸다.


'세대 교체'는 사실 말은 좋지만

매우 어렵고 위험한 것이기도 하다.

전 세대에 대한 애정으로 인해 기존의 팬들에게 반발을 사기도 쉽고

세대 교체를 했는데 그 전 세대에 계속 비교당하며 

전 세대에 비해 매력이 매우 떨어질 가능성도 높다.


이번 스타워즈는 정말 용기있으면서도 바람직한 방향을 선택했다.

7편이 새 캐릭터들을 소개하고 한 솔로를 죽이는것에서 그쳐서

약간의 애매모호한 위치를 선택했다면

(알고보니 JJ Abrams의 겁나 큰 그림이었다고 한다면 뭐 할말이 없지만.....)

8편은 본격적으로 이전 세대를 다 갈아엎어버리고 그동안 스타워즈 시리즈가

쌓아왔던 엘리트주의, 영웅주의를 모두 깨부셔버린다.

정말 완전 가루로 만들어버리는 느낌마저 든다.


말 그래도 '살아있는 전설이자 영웅'인 루크 스카이워커가

이렇게 없어보여도 되나 싶을정도로 인간적인 면을 계속해서 보여주고

심지어 오랫동안 전해내려오던 제다이 책들을 자기 손으로

불태우지도 못하겠어서 좌절하다가 

요다가 갑자기 등장해서 다 부숴버린다 ㅋㅋㅋㅋㅋㅋㅋ

요다는 참 편리한 deus ex machina 입니다...........ㅋㅋㅋㅋㅋㅋㅋ


희망은 없어졌고, 작전은 실패하고, 예견은 절대적이 아니다.

이전의 스타워즈 시리즈들의 기반이 되었던 모든것들이

8편에서는 부정당하고 있다.



레이 부모에 대한 이야기가 자꾸 나와서

'뭐야 알고보니 얘도 누구의 숨겨진 자식이고 그런 설정인가'했는데

나중에 대놓고 카일로 렌이 말한다 "You're nothing."

하지만 그렇기에 레이가 새로운 세대를 이끌어갈 사람이 될 수 있는것이다.


이건 후반부에 새로운 행성?에 가서 마지막으로 싸울때에 다시 한번 암시하는데

싸우기 직전에 한 병사가 행성 땅의 흰 입자를 맛보더니

"소금이네"라고 말한다.

스토리상으로 그 장면은 전혀 들어갈 이유도 없고 필요도 없다.

다분히 다른 의도를 가진 대사인건데

영화를 보면서 왜 하필 소금일까? 생각을 해보니

뭐 더 다양한 의미를 가질수도 있지만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왕과 세 공주 이야기의 소금에서 나온것이 아닌가 싶다.


자신을 얼마나 사랑하는지에 대해 표현하라 했을때

막내 공주가 소금만큼 사랑한다고 하자

화를 내며 내쫓았다가 나중에야 후회하고 막내의 마음을 깨달은 이야기

에서의 '소금' 과 비슷한 의미로 사용된듯하다.


가장 별 볼일 없어보이고 하찮다고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가장 소중하고 의미있었던 것으로서 소금이 표현되는데

새로운 세대들이 나오고 이전의 엘리트주의, 영웅주의를 해체하면서

다시 한번 굳이 대사로 보여준게 아닌가 싶다.


카일로 렌을 비롯해서 스카이워커들은

이전까지는 '스카이워커이기 때문에 너는 ~~능력이 있고, ~~것들을 할수 있어'

이런 식의 논리였다면

이번 편에서는 '넌 스카이워커이기때문에 안되는거야/여기까지인거야'를 명확하게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카일로 렌은 결코 이길수 없을것이고,

루크 스카이워커는 이번 영화에서 죽을수 밖에 없는 운명인것이다.


뭐 레아 공주는 영국 여왕 처럼 상징성의 의미가 워낙 크기때문에

스토리상에서 그냥 넘어가나보다 했는데

생각해보니.... 레아 공주 역할인 Carrie Fisher가 올해 돌아가셔서.......

9편에는 나올래야 나올수가 없는......

Rest in Peace하시길 바랍니다.



영웅이라면 필수인 '자기 희생'마저 허용되지 않는다.

핀은 자기 자신을 희생하려고 하지만

그는 그것마저 다른 인물에 의해서 저지당하게 된다. 

영화 내내 사람들을 죽이는데에도 거침이 없는데

이것도 영웅주의를 없애버리는 여러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루크 스카이워커가 죽는 부분 또한 놀라울만큼 아무 감흥없이 잠시 보여주고 지나간다.

보는 관객으로 하여금 그에게 느낄수 있는 센티멘탈한 부분을 전혀 허용하지 않는것이다.


핀이 캡틴 파스마?와 싸우는 장면도 놀랍도록

이전의 스타워즈 시리즈에서 제다이들이 대결할때의 구도와 똑같은 방식으로 촬영했다.

제다이가 아닌 이들은 이제까지 총을 사용했기에

그런 구도 자체를 쓸 일이 없었는데,

제다이들의 싸움에서만 사용하던 카메라 앵글도

이젠 제다이가 아닌 이들에게도 허용이 되는것이다.



사실 이 장면보다 싸우기 직전의 컷이 더 비슷한데

그 장면은 스틸을 찾을수가 없어서 흙흙 ㅠㅠㅠ




난 예전부터 스타워즈 영화에는 마음이 좀 약하다.

남들이 7편 실망이다, 별로다 이랬을때에도

난 보고나와서 너무 좋아서 혼자 속으로 방방거렸다.

7편의 유일한 단점은 내 최애캐인 한 솔로를 죽인것(ㅜㅜ)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번 8편을 보면서 7편의 한 솔로를 죽인것을 포함해서

정말 모든것을 쫙 다 정당화시켰다.

로그 원에서 외전이라는 형식을 띄며 약간이나마 다루었던 부분을

8편에서 제대로 완성시켰다고 생각한다.



스토리 위주로만 영화를 감상했으면 나도

뭐야 이거 엉망이구만 했겠지만

중반부터 이 영화가 하려는 것을 알게 되고

그것에만 포커스를 맞춰서 영화를 감상했더니

도대체 루크 스카이워커는 언제 죽을까 

이것만 생각하며 봤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너무 완벽해서 영화보고 나왔는데

아 진짜 다음 편이 안나왔으면 좋겠다. 라는 생각을 처음으로 했다.

더 영화가 나오면 이 완벽함을 망칠것만 같아서.

물론 9편이 예정되어있다는 슬픈 소식을 영화관에서 나온후에

검색으로 접했다ㅠㅠㅠㅠㅠㅜㅜㅜㅜㅜ




뭐 별로라고 생각한 사람들도 당연히 있겠고

좋다고 생각한 사람들도 있겠지만

나에게는 완벽한 스타워즈 영화였다.

그러므로 5점 꺄륵☆